NSI

시니어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성공입니다.

분야별 정보

SA시니어 리포터

  • Home
  • >
  • 분야별 정보
  • >
  • SA시니어 리포터

 
[SA 칼럼] [시니어칼럼단] 아름다운 노후 - 박춘봉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6   추천 : 0  


아름다운 노후

박춘봉 (주)부원광학 회장

나는 사십년이 넘게 아침운동을 즐긴다. 삼십대부터 아침운동을 해 왔으니까 이젠 몸에 완전히 습관으로 배어 있다. 그래서 아침산책이 즐겁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근처에는 잘 다듬어진 아담한 공원이 있어서 새벽 산책하기에 참 좋다. 공원에 나가면 서너 시부터 단골로 오는 낯익은 얼굴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나누는 몇 마디 아침인사가 하루를 즐겁게 한다. 

나는 네 시 전후에 공원에 나가서 아침운동을 하고 다섯 시 전후에 집에 돌아온다. 샤워를 하고 여섯시쯤에 집사람이 미리 마련해주는 아침식사를 단 둘이서 즐긴다. 내게는 이때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한 때이다. 우리 부부가 여유 있게 마주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는 그 메뉴가 아주 다양하다. 어릴 적 고향의 맑은 시냇물에서 가재 잡던 이야기, 최전방 산골에서 석유등잔 밑에서 사과상자를 찬장으로 쓰던 신혼시절 이야기가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요즘은 아내가 들려주는 아침마당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 거리이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지만 간혹은 “이대로 우리가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한번은 가야할 일이니까 저 세상으로 갈 때는 함께 갔으면 좋겠다. 만약 그게 안 되면 남자가 먼저 가는 것이 순서일 것 같고 그러는 게 마땅할 것 같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파아란 가을 하늘이 좋으니 국화 전시장에나 갔다 오자는 이야기를 할 때가 즐겁다.  

새벽에 공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심신이 건강하다. 이분들 중에 새벽 세시에 나와서 네 시 반쯤에 귀가하는 분이 있다. 이 분은 부인이 15년 전에 어려운 뇌혈관 수술을 해서 기적적으로 목숨은 구했으나 수술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못 쓰게 되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대소변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술 후에는 큰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여러 사정으로 5년 전쯤 부터는 집에서 돌보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식들도 자주 들렀는데 언제부턴가는 자식들도 발길이 멀어지더란다. 한동안은 간병하는 분이 곁에서 간병을 했었는데 환자가 오히려 불편해 해서 이제는 간병사도 내보내고 대소변과 식사를 팔십을 넘긴 나이의 이 분이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여름 너무나도 무덥던 어느 날 새벽 이분을 만나서, “너무 날씨가 더워 회장님도 사모님도 많이 힘들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어떻게 해요, 그래도 환자가 에어컨 바람을 싫어해서 에어컨은 간혹 틀고 선풍기를 갖고 삽니다.”라고 했다. 환자와 함께 얼마나 힘들겠나, 이렇게 더운 날 멀쩡하던 사람도 죽어 나간다는 뉴스가 있는데, “많이 힘드시죠. 사모님께서는 괜찮으세요?” 라고 했더니, “예, 그래도 그 사람이 살아 있어서 말벗이라도 되어주니 고맙네요.” 라고 했다. 대소변을 받아내지만 그래도 그 부인이 살아있어서 좋다는 말씀을 듣고 애틋한 부부애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찡해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 중에는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서 노년을 보내는 친구도 있지만 어렵사리 재혼을 해서 새 배우자와 노년을 정답게 보내는 친구도 있다.
그 가운데 한사람은 10여 년 전에 부인을 먼저 보내고 새 사람을 만나서 새 삶을 꾸려가고 있다. 몇몇 친구들과 매월 한차례씩 점심을 나누는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데 지난 5월에는 그 친구가 부인이 팔을 다쳐서 못 왔다고 하면서 결석을 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 다음 달도 그 친구가 안 왔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얼마나 다쳤느냐고 물었더니 오른팔을 다쳐서 깁스를 했는데 밥을 먹기에 불편해서 자기가 떠 먹여야하기 때문에 자리를 못 뜬다고 했다. 매 끼니 식사 준비를 해서 부인에게 떠먹이는 광경을 상상 하니 노부부가 노년에 서로를 위하고 아껴주는 동영상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노부부가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고 그들의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처리해야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세상이 좋아져서 재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황혼재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세상이 되었다. 자식들도 예전처럼 부모를 자기가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점점 자기 인생은 스스로가 책임지는 세상이 되면서 실버의 재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혼이 늘어나는 현상은 과거보다 훨씬 길어진 노후의 삶을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보내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것이 초혼이건 재혼이건 노년을 부부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노후 문제를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간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근래에는 40대 이혼율이 50%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만년晩年이혼이 일반화 되어 있다는 보도도 흔히 들을 수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을 해서 이혼율이 47.4% 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국(51%)과 스웨덴(48%)에 이어 세계 3위라고 한다. 이혼만이 아니고 혼기를 놓진 사람이나 독신주의 등의 이유로 독신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도 쉽게 접한다.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노년을 고독하게 혼자 늙어 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혼을 했거나 사별을 했거나 여러 사정으로 혼기를 놓진 사람이거나 노년을 고독하게 혼자 늙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친구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주위에는 늦게 만난 커풀이 화기애애하게 아름다운 노년을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병문안을 드려야할 곳이 있어 모 병원 남자 6인 입원실을 찾았다. 암환자 병동이었는데,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는 대부분이 환자의 아내였다.  옆의 여자 병실을 일부러 눈여겨 살펴보았더니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의 대부분은 할아버지이었다.  늙고 병들면 자식도 모두 무용지물이고 곁에 있어 줄 존재는 오로지 배우자인 아내와 남편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노년의 부부가 함께 해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요즈음의 언론 매체에서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장수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람의 한평생에서 74세 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하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것이 있어서 흥미 있게 본 기억이 있다. 가장 행복한 시기가 칠십 사세라? 갑자기 공자의 논어생각이 난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십이 불혹不惑이요, 오십이 지천명知天命, 육십이 이순耳順, 드디어 칠십에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했다. 인생 칠십이면 불혹이나 지천명 그리고 이순의 나이를 지나서 온갖 풍상風霜을 다 겪었기 때문에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을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자식들 공부시킬 걱정, 결혼시킬 걱정, 자신의 노후 준비를 위한 걱정 모두를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칠십이 넘으면 자유로워지고 자유로워지면 행복해진다는 말일테다. 

중년은 결코 인생 쇠퇴기가 아니다.  오히려 경륜이라는 지혜가 가장 왕성할 때이다. 책임감, 경제적 부담감이 없고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사람이 한 평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것이다. 여러 사정으로 독신인 사람은 노년을 고독하게 혼자서 보낼 일이 아니고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서 노후를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갈 일이다. 장수長壽시대일수록 아름다운 노후를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아름다운 노후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공자는 오십에 지천명이라고 했다. 천명天命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사회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라는 말 아니겠나 싶다. 후세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삶, 내가 살아 있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삶, 그것이 천명天命이 아닌가 생각한다. 100세시대가 목전에 와 있다고 한다. 노년을 별 목적의식 없이 젊은 세대의 짐이나 되면서 살아간다면 향후 10년, 20년이 두렵지 아니한가. 경륜이라는 지혜를 갖고 마지막까지 세상을 위해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을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노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2018년 3월 13일 
박춘봉(편집).jpg
박  춘  봉
부원광학(주) 회장